태국 여성 총리 탄생으로 본 아시아의 족벌정치[기자수첩] 아시아의 가족주의와 정치와의 상관 관계
[윤수연 기자의 "세상의 모든 순간"]
태국에서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7월 3일 실시된 태국의 총선에서 정계에 입문한지 한달밖에 되지 않은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44세)이 태국 최초의 여성 총리로 등극한 것이다. 이로써 부정축재로 해외 도피 중이던 탁신 전 총리는 화려한 복귀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탁신 전 총리는 2001년 태국 총리의 자리에 올랐으며, 무능한 왕권을 비난하며 국왕과 대립각을 세우다 부정 혐의로 민심을 잃고 군사 쿠데타로 실각해 해외로 도피한 바 있다. 기업가로 출발한 탁신은 일가 소유의 대기업을 싱가폴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2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차익을 보면서도 태국 정부에 세금 한 푼 안낸 사실이 밝혀졌고 결국 군부에 의해 축출되었다. 잉락 친나왓은 뛰어난 미모와 겸손한 태도로 민심을 얻어 총리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탁신 전 총리 등 정치범을 사면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가족을 통한 정권 재창출이 매우 빈번하게 이루어져 왔다. 아시아의 가족주의가 정치에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랫동안 서구 유럽의 식민지배를 받아왔던 아시아는 해방 이후에도 민주주의정치의 기반이 제대로 닦여지지 않은 상태라 족벌 정치가 지속되어 온 경우가 많다.
1988년 이슬람 정권 사상 초유의 여성수상으로 당선되었던 파키스탄의 베나지르 부토는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총리의 딸로 아버지가 쿠데타로 의해 축출당하여 사형당하자, 망명상태에서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아버지의 정당인 파키스탄 인민당 당수로 취임하였다. 이후 부정과 비리 혐의로 수상직에서 선출되는 것과 해임되는 것을 반복하다 2007년 총선을 앞두고 암살되었다. 아버지의 후광으로 정치인이 된 것으로 가장 유명한 아시아의 정치인을 꼽으라면 단연 인도의 인디라 간디일 것이다. 그녀는 인도의 첫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의 무남독녀로 태어난 인도 첫 여성 총리가 된 인디라 간디는 한 차례 실각한 기간을 빼고 무려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인도를 통치해 왔다. 아시아의 철의 여인으로 불릴 만큼, 철권 통치를 휘둘러 온 그녀는 분리운동을 벌이던 시크교도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던 중 600명을 사망케 했고, 결국 이로 인해 1984년 시크교도였던 경호원에게 암살당했다. 그러나 인도국민들에게는 여전히 최고의 정치인으로 꼽히며, 그 후광에 힘입어 뒤이어 아들인 라지브 간디가 바로 총리에 당선되었다. 인지라 간디의 후광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1991년 어머니의 뒤를 이어 암살당한 인지라 간디의 아내이자 이탈리아 태생이었던 소냐 간디가 2004년부터 국민회의당 총재를 맡아 그 바통을 이어 받고 있다. 인디라 간디의 손자인 라울 간디 또한 정치에서 활동하는 만큼, 인디라 간디는 현재 인도에서 정치 왕조로 불릴 만큼 위력을 자랑하고 있다. 미얀마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가 있다. 미얀마 민족주의자이자 미얀마의 독립에 큰 공헌을 하다, 정적에 암살당한 아웅산 장군의 딸인 아웅산 수치는 군부 독재자 네윈 장군의 독재에 맞서 미얀마의 비폭력 투쟁을 이끌고 있다. 수십년간 가택연금상태에서 묶여다 풀려나기를 반복해온 아웅산 수치는 현재까지도 미얀마 반독재 정치세력의 상징적 존재이다. 필리핀의 두번째 여성 대통령인 글로리아 아로요 전 대통령 또한 역시 전직 대통령이었던 아버지인 디오스다도 마카파갈의 후광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박정희 전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대표가 정치적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아시아에 유독 족벌 정치가 많은 이유는 아시아 특유의 가족주의때문이다. 아버지나 가족의 정치적인 후광이 그대로 다른 가족에게 작용하는 것이다. 특히나 가족간의 유대관계가 끈끈한 아시아에서는 한 정치가가 이루어놓은 행적이나 장점을 그 가족에게 그대로 투영시켜 보는 경향이 많다. 족벌 정치가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그 정치인의 역량에 달려 있는 것이겠지만, 재산도 정치도 있는 자만이 누리고 자식에게 세습되는 ‘개천에서 용날’수 없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다. 기자수첩 = 윤수연 기자 기사제보 - newsshare@newsshare.co.kr < ⓒ 뉴스쉐어 -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종합 인터넷 신문. > <저작권자 ⓒ 뉴스쉐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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