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쉐어 NewsShare -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정론!

[기자수첩] 우리는 왜 좀비영화에 열광하는 것일까?

윤수연 기자 | 기사입력 2012/09/16 [13:04]

[기자수첩] 우리는 왜 좀비영화에 열광하는 것일까?

윤수연 기자 | 입력 : 2012/09/16 [13:04]
[기자수첩 = 윤수연 기자] 우크라이나 모델 출신인 밀라 요보비치를 최강 액션 여배우로 만든 '레지던트 이블5'이 13일 개봉했다.  '레지던트 이블' 1탄과 4탄에 이어 대미를 장식할 5탄은 남편이자 감독인 폴 W.S 앤더슨과 함께 작업한 작품이다.

이미 4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져 식상하다는 평가때문에 흥행성적은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동안 이 영화를 기다렸던 '좀비액션영화'의 매니아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영화이다.

좀비영화의 성공,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1996년 '바이오하자드'라는 게임에서 시작된 '레지던트 이블'은 좀비영화가 붐을 일으키던  2000년대 초반인 2002년 1탄을 시작으로 10년간 동일한 제목, 동일 주인공, 비슷한 컨셉으로 제작된 영화 시리즈로서는 드물게 5편이나 제작되면서 대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액션여배우 최강자로 손꼽히는 안젤리나 졸리를 액션여배우로 인식시킨 영화 '툼 레이더'가 지난 2001년 제작된 후 2편밖에 제작되지 않은 것과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죠니 뎁이 주연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도 내년 5탄의 작품을 제작될 예정임을 감안해 본다면, 밀라 요보비치가 주연한 '레지던트 이블'이 어느 정도 성공작인지는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10년 동안 변함없는 미모와 화려한 발차기 액션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어온 밀라 요보비치는 '알리스'라는 극중 이름이 이제 대표적인 캐릭터가 됐다.

단순한 B급 영화로 치부되던 좀비영화 중 독특한 해석과 철학적인 상황을 결부시킨 윌 스미스의 '나는 전설이다'나 '28일 후' 등의 영화도 성공적인 좀비 영화로 손꼽히고 있다.

미드 '워킹 데드', 산 자와 죽은 자

10월 14일 시즌 3이 방송될 예정인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 또한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16주간이나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로버트 커크먼의 원작만화를 드라마로 만든 이 작품은 탄탄한 원작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그저그런 미국 케이블 방송사였던 AMC에게 초대형 대박을 선사했다.

좀비영화 특유의 잔인한 장면이 난무하고 전형적인 가족주의와 영웅 이야기라는 식상한 틀을 다루고 있지만, 죽었지만 산 자들인 좀비들이 휩쓸고 있는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산자들의 사투를 다룬 이 작품은 만화에 이어 드라마, 게임으로도 제작되며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  시즌3까지 만들어지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  

좀비, 살았지만 죽어있는 자들의 자화상

뱀파이어 영화와 더불어 싸구려 오락 영화로 인식되었지만, 사실 좀비영화는 유서가 싶다. 1943년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라는 영화가 있었으며, 좀비영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지 로메로 감독은 시리즈로 나온 '살아있는 시체들의 새벽을 비롯한 다수의 좀비영화를 만들었다.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좀비물은 B급 정서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을까?

전혀 현실과 상관없는 판타지 영화처럼 보이는 좀비는 사실 현대 사회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좀비 영화에서 항상 되풀이되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첫째,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갑자기 죽은 자가 되어 있다. 죽은 자는 가족, 이웃, 연인을 가리지 않는다. 당연히 나를 포함한 산 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끈끈한 유대를 형성하게 된다.

둘째, 산 자들도 언제 죽은 자가 될지 모른다. 좀비 바이러스는 다른 좀비에게 한번만 물려도 감염된다. 타켓이 된 희생자에게는 좀비들이 몰려들어 일제히 물어뜯는다.

셋째, 죽은 자인 좀비는 어떤 끔찍한 모습으로 죽여도 산 자들의 양심에 거리끼지 않는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살아있지만 죽은 자(DEAD)들을 죽여야 한다. 끔찍한 살육이 지속되는 상황을 보면 누가 산자이고 죽은자인지 분간이 안 갈 지경이다.

좀비 영화에서 반복되는 패턴은 살벌한 현대의 경쟁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문명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경쟁 속에서 사람들의 '생존'의 욕구는 더욱 강해진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밟아야 하고 무엇인가는 죽어야 하는 상황이 쉽게 벌어진다. 어차피 무엇인가를 죽여야 한다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것이 훨씬 쉽다.

인터넷 문화의 발달은 '살아있지만 (양심이나 도덕, 판단력이) 죽은 자'들을 더욱 쉽고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다.

누구나 나는 '죽은 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언제든지 '죽은 자'가 될 가능성은 높다. '산 자'로서 '죽은 자'들을 죽이는 것은 양심에 거리끼는 일이 아니다.

현실 사회에서 1차적인 욕구만 살아남은 자들이 '살아있는 사람'을 죽이거나 도태시키는 일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학교에서건 직장에서건 온라인 상에서건 희생자가 된 타켓에게는 일제히 달려들어 물어뜯는 일이 벌어진다.

'정치꾼'들에 의해 '정치인'이 쉽게 정치적인 생명을 잃거나 안티팬들의 집요한 플레이로 기사지경에 이르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도 자주 볼 수 있다. 종교 장사꾼들은 얼마나 쉽게 '양심과 정신이 살아있는 종교인'들을 모함하거나 거짓말을 퍼트려 그 생명을 끝장낼 수 있는가?

좀비영화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이라 볼 수 있다. 정신없이 오가는 탈출과 살육 속에서 가벼운 오락영화로 치부할 수 있지만, 끊임없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당신은 (양심이, 정신이, 분별력이, 판단력이…) 살아있는가?"

< ⓒ 뉴스쉐어 -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11

  • 도배방지 이미지

  • [기자수첩] ‘청원생명축제’…안전 불감증, 무엇을 말하나?
  • [기자수첩] ‘윤창중 사태’ 진실공방…결론은 결자해지(結者解之) 뿐
  • [기자수첩] 18대 대선, 결과보다 논공행상이 우려된다
  • [기자수첩] 우리는 왜 좀비영화에 열광하는 것일까?
  • [기자수첩] '신사의 품격, 40대 '꽃중년'을 '오빠'로 바꿔준 드라마
  • [기자수첩]런던올림픽 계속된 오심, 한국 스포츠외교 갈 길이 멀다!
  • [기자수첩] 전남대 납치사건을 통해 본 신천지와 중세 마녀사냥
  • [기자수첩] ‘범죄와의 전쟁’, 현실을 증거함으로 시대를 변화시킨다
  • [기자수첩] 역사는 반복되는가? 4·27과 10·26 재보선이 연상되는 19대총선
  • [기자수첩]‘퀀텀 오브 솔러스’로 돌아온 제임스 본드, ‘스카이폴’에서는?
  • [기자수첩] ‘스틸 라이프(Still Life)’,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 인문고전 읽는 현대인, ‘인문고전’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 [기자수첩]'나는 꼼수다' 열풍, 한반도 강타
  • ‘킹덤 오브 헤븐’ 뒤에 ‘로빈 후드’가 있었다
  • [기자수첩] 영화로 세계에 알리는 북한내부의 인권실상
  • [기자수첩] 수능 그 치열한 투쟁! 수능 생중계와 자살 그리고 부정행위는 아픈 현실로 남아
  • [기자수첩] 수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닌데…수능당일 수험생 투신!
  • [기자수첩] ‘밀본은 없다. 하지만…’. 뿌리깊은 나무(1)
  • [기자수첩] 아름다운 욕망을 가져보다, 꿈의 날에
  • [기자수첩]고양 “방송영상벤처타운” 탐방기
  • 이동
    메인사진
    영화 ‘오후 네시’, 제42회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초청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