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연 기자의 "세상의 모든 순간"]
카톨릭이 유럽의 종교는 물론, 정치·문화·예술 전반을 장악하던 시절, 일명 '마녀사냥'이라고 불리는 일들이 거행된 적이 있다. 중세의 마녀 사냥은 왜 시작되었을까? 애초 '마녀사냥'은 권력을 장악해가며 내부로부터 부패해가기 시작하던 기독교가 12세기부터 행하던 이단 심판이 마녀재판으로 변모해가면서 대량살상으로 변모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부패가 극에 달하고 이에 대해 종교개혁을 부르짖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카톨릭의 입장에서는 이를 타개할 만한 희생양이 필요했다. '마녀사냥'은 부유하되 가족이 없는 과부를 대상으로 행해지면서 파렴치한 상업적인 목적이 내재되어 있었다고 한다. 마녀로 지목된 여자는 마녀 혐의 여부를 가리는 재판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지불해야 했는데, 마녀로 확정되는 경우 사형과 더불어 전재산 몰수형을 당하면서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교황청에 빼앗기는 경우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녀로 지목되는 경우, 혐의를 벗을 수 있는 방법은 오늘날의 시각에서 본다면 매우 처참하면서도 우스꽝스럽다. 일반적으로 행해졌던 방법은 '물시험'이라고 해서 물에 빠트린 후, 빠져 죽으면 마녀가 아닌 것이 되고 떠오르면 마녀로 확정되어 사형을 받게 된다. 이래저래 마녀로 지목되는 순간,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의도적으로 여성들을 마녀로 지목해 사형시키는 일도 있었다. 백년 전쟁 당시 조국인 프랑스를 구하고도 정치적인 계산으로 인해 종교재판에서 마녀로 몰려 화형당한 잔다르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이 중세의 마녀 사냥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문화와 인터넷 언론의 발달로 인해 개인이나 단체의 신상털기나 근거없는 악성 루머,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한 개인이나 단체를 쉽사리 무너뜨릴 수 있는 상황을 두고 마녀사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전남대 납치사건을 통해 살펴 본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지난 13일 전남대학교에서 에쿠스 차량으로 한 여대생이 납치된 사건이 동영상을 통해 인터넷 사이트에 퍼졌다. 동영상에는 애타게 도움을 요청하는 한 여대생이 건장한 여러 남자들에게 강제로 붙잡혀 납치당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벌건 대낮에 발생한 일이라 주위의 시민들이 돕기 위해 나섰으나, 괴한들에게 폭력적인 제지를 당하는 사이 여대생을 납치한 차량은 재빨리 빠져나간다. 백주대낮에 발생한 황당한 납치 사건은 동영상을 통해 퍼져나가며 일파만파 논란이 커졌다. 각종 포탈 사이트에 검색어 1위에 오르내리며 누리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언론들도 대대적으로 동영상에 대해 다루며 전남대 납치 사건을 보도했다. 납치범이 가족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가 하면, 오빠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제3자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초반에 들썩이던 누리꾼들은 "백주대낮에 이게 무슨 짓이냐? 사람살기가 겁난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싫다는데 저렇게 끌고 갈 수 있나? 자식은 소유물이 아니다", "경찰은 뭐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주위 사람들이 좀 도와주지 저렇게 도와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저럴 수 있나?"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같은 납치 사건에 비슷한 기사내용이 언론을 통해 다시 전해지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이번 납치 사건의 사유인즉, 신천지라는 신흥교단에 빠진 딸을 구하기 위해 부모가 납치했다는 내용이 기독교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나오면서부터이다. 이때부터 온라인에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시작되었다. "이단에 빠졌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 "신천지라면 저렇게 해도 된다, 나 같으면 밟아놨을 것", "부모가 잘하는 일이다" 등의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가정폭력을 부모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나" 등의 상반된 주장은 무조건 신천지로 몰아버리는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묻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때를 맞춰 개신교 언론에서는 전남대 납치 사건을 신천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며 신천지에 대해 다루는 기사들이 대대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공교롭게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되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던 '윤 목사'의 사이비 행각은 파묻혔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납치와 가정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삽시간에 개인과 가족간의 문제로 변질된 셈이다. 무서운 것은 폭력과 납치에 종교 문제를 결부시키자, 이성이나 상식적으로 봐야 할 문제를 더 이상 직시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가해자들은 대부분 같은 말을 한다고 한다. '맞을 짓을 했다'거나, '때릴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그렇다면 종교적인 문제가 결부된다면 '납치될 만한 짓을 했다'거나 '가정폭력을 당할 이유가 있었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인가? 어떤 폭력도 어떤 이유 앞에서건 정당화될 수 없다. 폭력 문제를 종교 문제로 희석시켜서도 안되는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정 능력을 잃어버린 개신교는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개신교는 몇 년째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종교 1위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목회자라는 허울을 쓴 범죄자들의 각종 범죄는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니다. 개신교에게는 지금 희생양이 아니라, 자체적인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내부에서 부패된 종교가 스스로의 자정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 결과는 중세의 카톨릭를 보지 않더라도 뻔하지 않은가? 기자수첩 = 윤수연 기자 기사제보 - newsshare@newsshare.co.kr < ⓒ 뉴스쉐어 -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정론. > 11 <저작권자 ⓒ 뉴스쉐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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