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네거티브 않겠다더니…나경원 아버지 논란, 박원순 학력 논란서울시장재보궐 선거 앞두고 지지율 박빙에 흑색전 난무
[윤수연 기자의 "세상의 모든 순간"]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이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지난 4일, 각각 여당과 야권통합 단일 후보로 선출되었던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후보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공식석상에서 처음 만나 선의의 경쟁을 약속했다. 야권통합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박원순 후보에게 먼저 나경원 후보가 “축하드린다”는 인삿말을 건넸고, 박원순 후보 또한 “서로 좋은 경기를 하는 모습을 서울 시민들에게 보여줄 것을 함께 약속하자”고 말을 받았다. 이때는 두 후보가 모두 “네거티브가 아닌 정책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하나로 모았다. 모처럼 일명 ‘~카더라’는 흑색선전도 아닌 ‘아니 말고’식의 무책임한 폭로전도 아닌 제대로 된 정책을 앞세운 선거전이 될 것인가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불과 며칠도 되지 않아, 양측 진영에서도 온갖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나경원 후보의 과거 자위대 행사 참석 여부, 장애학생 알몸 목욕사진 등이 논란이 되자마자, 맞불을 놓듯 박원순 후보의 양손 입양과 병역 문제, 서울대와 하버드대 객원연구원 등 학력논란이 잇따라 제기되며 난타전으로 돌입한 것이다. 양측은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나 과거에 있었던 일들까지 샅샅이 뒤집어내, 서로를 깎아내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익히 보아오던 구태의연한 정치행태의 반복이다. 선거운동이 본격전에 돌입하면서 난타전은 가중되고 있다. 사학재벌의 딸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나경원 후보에게 정봉주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 후보가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이 진행될 당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인 나를 찾아와 아버지 소유의 학교가 교육부 감사 대상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라는 주장을 하면서 나경원 후보 이미지에 치명타를 가했다. 노무현재단 또한 故 노무현 전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두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던 나경원 후보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박원순 후보 때리기도 물이 오른 것을 넘어서 도를 지나치고 있다. 각종 병역 기피 문제로 ‘나라는 국민만 지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이 13세때 양손으로 입양된 박원순 후보의 병역 문제를 걸고 넘어서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학력 위조 문제는 법적인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네거티브 전략이 계속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네거티브를 이용한 무책임한 폭로전이 표심에 먹히기 때문이다. 일단 언론에 뿌리기 시작하는 흑색전과 폭로전은 표심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 사실은 표심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카더라’ 통신과 ‘아님말고’는 우리나라 선거전의 양대 전략이 되어버린 듯 하다. 몇년간, 몇 번의 선거를 치르고도 이런 네거티브 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을 구태의연한 정치권과 무책임한 언론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요자가 확고하게 거부한다면 공급자도 계속해오던 공급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 상대방을 비방하고 깎아내리기가 지속적으로 먹혀들고 있는 표심 또한 반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다’는 속담이 있다. 정치판 자체가 부패해 있으니, 어느 정치인이건 부도덕하고 치명적인 약점이 없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그런 약점과 문제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정을 제대로 이끌어 갈 사람이 누군지를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고 파악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는 것이다. 네거티브 전략을 중단시킬 수 있는 것은 정치권이나 언론이 아니라 시민들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자수첩 = 윤수연 기자 기사제보 - newsshare@newsshare.co.kr < ⓒ 뉴스쉐어 -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정론. > 11 <저작권자 ⓒ 뉴스쉐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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