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연 기자의 "세상의 모든 순간"]

공지영 작가의 소설로 나왔을 때보다 영화로 개봉되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도가니’가 영화의 흥행으로 영화의 주된 사건의 실제 모델인 인화학교와 사건의 가해자들에 대한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시 사건 가해자들의 담당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가 28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사건과 자신이 변호를 맡았던 상황에 대해 해명한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당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맡아 가해자로 알려진 교장과 행정실장 등을 변호했던 변호사는 당시 피고인들에게 “사실이라면 무릎꿇고 사죄하라”고 설득했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변호사의 변론으로 당시 피고인이었던 3명이 모두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는 것과 이로 인해 현재까지도 같은 학교에서 버젓이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애꿎게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를 향한 비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누리꾼들은 ‘변호사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는 의견과 ‘그런 사람들을 변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변론을 그만뒀어야 했다’는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문제는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어떤 변호사가 변론을 했건 피고인들에 대한 변론은 이루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천인공노할 만한 사건이 벌어지게 된 배경에는 사람들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왜 이런 범죄가 저질러졌는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사건당사자들에 대한 비난만 주어진다면, 제2, 제3의 인화학교 사태는 언제든지 또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학교에서뿐만이 아니다. 평론가인 진중권이 이야기했듯 잘못된 권력이 폐쇄적인 구조 안에서 어떠한 감시 장치도 없이 행해진다면 이에 대한 학교나 교회, 어떤 단체에서도 ‘도가니’보다 더한 사건은 또 벌어질 수밖에 없다.

성범죄자에 대한 사건은 항상 솜방망이 처벌을 유지해 왔다. 공소시효가 있다는 것과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성범죄자들의 극악한 범죄를 다시 재생시키는 모태 역활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이에 대해 해결방안이나 예방책을 내놓는 정치인들은 없다. 수많은 법적 처벌 강화나 부패하고 폐쇄적인 사학에 대한 감사문제는 번번이 무산되어 왔다.

분노의 여론이 형성되어야만 잠깐 추진하는 임시방편적인 법안만 진행되다 그칠 뿐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세상은 그야말로 있는 자들의 천국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기자수첩 = 윤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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