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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의 시기 중2병 논란, 우리는 청소년을 어떻게 보는가?

[기자수첩] 의사소통이 필요한 청소년기, 일그러진 우리의 자화상

윤수연 기자 | 기사입력 2011/08/22 [15:26]

질풍노도의 시기 중2병 논란, 우리는 청소년을 어떻게 보는가?

[기자수첩] 의사소통이 필요한 청소년기, 일그러진 우리의 자화상
윤수연 기자 | 입력 : 2011/08/22 [15:26]
[윤수연 기자의 "세상의 모든 순간"]

기자는 예전에 고등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한 여고에서 스스럼없이 친하게 지낸 학생과 있었던 작은 에피소드.

소위 말해 ‘좀 놀던’학생이었던 그 학생이 2학년으로 진학하고 후배들이 생기자, 교무실에 찾아와 나에게 툭 내던진 말이 이것이었다. “선생님, 요즘 애들은 싸가지도 없고 개념도 없어요.” 듣는 교사 입장에서는 폭소가 터질 상황이었지만, 본인은 굉장히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고대 그리스에서의 건축물에서도 이런 기록물이 있었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 앞으로 폴리스의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 백발이 성성한 한 철학자가 했음직한 이 말은 오늘날에도 예외는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요즘 것들’의 인성과 예의없음을 걱정하고 자라난 세대들은 자라서 다시 ‘요즘 것들’에 대해 걱정을 한다. 이때 항상 따라다니는 말은 ‘우리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가 아닌가 싶다. 

오늘 ‘중2병’이 화제어가 되면서 다시금 청소년기에 대한 우리들의 자화상을 다시 고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 ‘중2병’이란 것은 일본에서 유입된 단어로 중학교 2학년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의 심리적인 방황과 불안하고도 이기적인 심리상태를 빗댄 신조어로 알려져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로 알려진 청소년시기는 대략 13세~18세의 연령대를 의미한다. 이 시기는 유명한 독일의 문학가 괴테가 지칭한 것처럼 성난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격심한 감정변화를 겪게 되고 이로 인해 주위 사람들, 특히 부모님과의 소통 단절을 겪게 된다.

현대에서 특히 한국, 일본, 중국에서처럼 성적에만 집착하는 사회배경속에서 성장한 학생들은 청소년기의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성적과 서열이라는 살벌한 환경과 만나 독특한 자아가 형성되고 있다.

‘중2병’ 논란은 부모님의 지나친 관심과 성적에만 집착하는 주위 환경으로 인해 반항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중학생들이 허세를 부리거나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중2병을 겪는 청소년들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냉정하고 단절된 태도이다. 청소년기의 고민이라는 것은 사실 겪어본 모든 사람들은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닌 고민처럼 생각되는 경우가 많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그러한 고민에 맞닥뜨리게 된 청소년들은 심한 번뇌를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학교에서건 가정에서건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을 만한 곳은 없을 것이다. 형식적인 집단 상담과 개인 상담이 끝나고 나면, 대부분의 학교 상담은 진로상담이나 성적 상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는 미처 고민을 털어놓기도 전에 “공부나 열심히 해라”고 윽박지르는 부모님 앞에 더 이상 대화를 하기도 힘들다.

오늘날 서울 강남 지역 학부모님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두 가지 목록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아이의 성적을 팍팍 올려주는 사교육 학원이나 과외 선생명단이며, 또 하나는 빨리 치료가 가능한 소아정신과 병원 이름이라고 한다.

아이 성적 올리는 학원이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소아정신과 병원이 필요한 이유는 어이가 없는 것을 넘어서 두려울 지경이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각종 사교육으로 사육당하는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에 이르면 심각한 심리장애와 정신 장애를 겪기 때문에 이를 즉각 치료하고 다시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려야 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성장하고 성숙해나갈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중2병이 어쩌면 청소년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갈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해 이런 사교육 시장에서 도태된 아이들은 그 울분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 것인가? 떼지어 으슥한 곳에서 담배를 피우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거나, 학원 폭력이나 금품 갈취로 일찌감치 학교와 사회에서 도태되어야 하는 아이들 또한 역시 중2병의 주인공들이다.

남들과 (특별하게) 다르고 싶은데, 물질이 없어 다르게 취급받는 아이들은 각종 영상과 매체들로 인해 일찌감치 폭력에 익숙해져 있다.

마냥 생각없어 보이고 철없어 보이는 ‘요즘것들’이 저지르는 학원 폭력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져 가고 있다. 교실에서 친구를 폭행하는 것은 물론 교사를 때리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어찌 그 아이들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아이는 어른의 말이 아니라 어른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는 말이 있다. 요즘 아이들의 모든 행동은 결국 어른들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어찌 감히 그 아이들에게 “우리 때는 그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어른들도 누구나 그런 시절을 겪어 왔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나만 바보 같고, 나만 힘들 것 같고, 나만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것만 같은 시절을 우리들도 함께 겪어왔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분개하고 나도 모르게 폭력적인 행동과 말로 주위는 물론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일은 겪지 않고 어른이 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청소년들이 결국 대한민국을 이렇게 오늘날까지 이끌어왔다.

지금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조롱도 비난도 아니다. 행동과 말에 있어서 본받고 싶고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한 것이다.

기자수첩 = 윤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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