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부스를 꽉 채운 긴장감, 영화 ‘더 테러 라이브’리얼타임 스릴러… 실시간 전개에 긴장감·박진감 높아
[뉴스쉐어 문화팀 = 박양지 기자] ‘역대급’ 관심도를 자랑하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설국열차’와 같은 시기에 개봉함에도 흥행 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는 평을 받는 영화가 있다. 하정우로 시작해 하정우로 끝나는 영화, ‘더 테러 라이브’다.
좁은 부스 안에서 영화의 거의 모든 상황이 벌어지는 이 독특한 테러 재난영화는 공간이 좁은 만큼 밀도가 높다.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걸려온 ‘한강 다리를 폭파하겠다’는 전화를 시작으로 영화는 테러를 생중계하기 시작한다. 테러의 발발 후 진행 과정과 영화의 러닝타임이 거의 일치하는 ‘러닝 타임 스릴러’라는 점에서 관객의 몰입도는 그만큼 높아진다.
테러가 라디오와 뉴스를 통해 생중계되면서 이 사건 속으로 개인과 언론, 경찰과 정부의 입장이 치밀하게 얽힌다. 좁은 공간 안에서 몇 안 되는 등장인물들은 처한 상황과 입장에 맞춰 끊임없이 처세술을 펼친다. 짧은 러닝타임, 테러라는 극단적인 소재답게 이들의 처세 역시 극단적이다. 등장인물들은 상황이 바뀌어 감에 따라 기회주의적 면모를 원색적으로 드러낸다. 앵커 윤영화 개인의 욕망을 시작으로 언론, 경찰, 정부까지 기회를 잡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욕망을 숨기기 위해 그럴듯하게 포장한 말이나 이용했던 사람들은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고 나면 버려진다. 그 과정에서 테러는 이어지고 죄 없는 피해는 늘어간다. 영화는 이 모든 과정을 비유나 에두른 표현 없이, 신랄하고 직설적으로 냉소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감정의 파고를 겪게 되는 것은 단연 앵커 윤영화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테러를 생중계하겠다는 패기 넘치는 계획을 세운 뒤로 그가 겪게 되는 잠깐의 성취감과 그 이후 자신을 덮치는 배신감, 공포, 체념까지. 영화는 러닝타임의 7할 이상을 윤영화 역의 배우 하정우에게 할애하며 그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잡는다. 하정우는 그 모든 상황을 때로 역동적으로, 때로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배우로서는 부담이자 도전일 수밖에 없는 연출인데, 역시 관객으로부터 ‘믿고 보는 배우’라는 인정을 받는 배우 하정우 다운 연기력이 빛을 발한다. 아홉시 뉴스 간판 앵커로 수년 간 입지를 다져오다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밀려난 ‘윤영화’역을 맡은 하정우는 ‘급박한 상황에 처한 인간이 얼마나 변하고 분노하며 두려워하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때문에 ‘헐리우드스러운’ 정교한 CG(컴퓨터 그래픽)없이도 테러의 긴박감은 관객에게 생생히 전달된다. CG보다는 인물이 느끼는 감정이 더 생생하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지금까지 한국에서 제작되고 흥행한 대부분의 재난영화가 물량공세와 화려한 CG에 기반을 둬 왔다는 데서 이 영화는 색다른 재난영화의 한 방편을 제시한다. ‘더 테러 라이브’의 총 제작비는 약 65억 원. 순 제작비는 35억여 원이다. 테러 재난 영화 치고는 참 ‘저렴한’ 금액인데, 요즘과 같이 손 대면 만져질 것 같은 헐리우드발 CG기술로 관객의 눈이 높아진 상태에서도 마포대교 폭발 장면과 같은 CG가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왜일까. 애초에 영화 분량의 대부분이 라디오 부스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테러 장면 대부분이 카메라를 통해 중계되는 형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저예산 재난영화라는 것이 인식돼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여러모로 합리적인 연출이다. 이 같은 스토리와 연출력을 갖춘 영화가 김병우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라는 점은 배우 하정우 뿐 아니라 감독에게도 주목하게 만든다. 김병우 감독의 ‘더 테러 라이브’는, 이번 영화보다 다음 영화를 더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영화다. < ⓒ 뉴스쉐어 -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34 <저작권자 ⓒ 뉴스쉐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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