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쉐어 NewsShare -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정론!

Science Fiction? Social Fiction! 영화 설국열차

'괴물', '마더'에 이은 봉준호식 물음표

박양지 기자 | 기사입력 2013/08/07 [15:18]

Science Fiction? Social Fiction! 영화 설국열차

'괴물', '마더'에 이은 봉준호식 물음표
박양지 기자 | 입력 : 2013/08/07 [15:18]
[뉴스쉐어 문화팀 = 박양지 기자] 인간이 만든 기상이변으로 인간이 만든 열차에 갇힌 인간들의 군상. 영화 설국열차(감독 봉준호)는 꼬리칸에서부터 엔진까지 쉼 없이 돌진하며 그들을 비춘다.

▲  영화 설국열차 포스터.(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초반, 이들의 모습은 오직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비춰진다. 그 한 사람은 다시 빙하기로 회귀한 죽음의 땅에서 가까스로 열차에 탑승한 꼬리칸 사람들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다. 다시 빙하기로 돌아가 버린 땅에서 17년, 그리고 설국열차 안에서 17년을 보낸 그는 오직 한 가지 신념만으로 움직인다.

기차의 맨 앞, 엔진칸을 정복하고 윌포드(에드 해리스)를 무너트리는 것, 절망적인 삶을 이어가는 최하층 꼬리칸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것만이 이 질주의 목적인데, 영화 초중반 커티스의 질주에는 이견이 없다.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국 엔진까지 다다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희생과 죽음, 모순 등 현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영화는 점차 관망하는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관객을 당황시킨다. 어느새 커티스의 절대선 같이 보이던 신념은 흔들리고, 당혹감에 휩싸이며 무너져간다.

그리고 그 틈으로 체제 자체를 뚫고 나가려는 자의 감춰졌던 욕망이 불을 피운다. 영화의 시선은 어느새 독재자나 반란자, 또 다른 세계를 꿈꾸는 자의 충돌을 멀리서 내려다보고 있다.

설국열차가 헐리우드와의 합작과 캐스팅으로 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끌고, 홍보 역시 그를 중심으로 이뤄졌기에 당연히 SF영화가 펼쳐지겠거니 상상하고 이 영화를 본다면 당황할 수도 있다.

영화의 호불호를 가르는 원인도 대부분 여기서 발생하는데, 초반을 주도하던 원초적인 액션은 후반부로 갈수록 자취를 감추고, 대신 그 자리를 사회 체제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채운다. 그 액션이라는 것도 17년 된 열차 안에서 드럼통과 도끼, 횃불 등 투박한 도구로 이뤄진다.

또 분명한 선악관계를 가진 자들이 끝까지 살아남아 마지막 결투를 벌이는 것이 헐리우드 영화의 전형이라면, 설국을 달리는 열차 안에서 앞을 향해 달려가는 꼬리칸 사람들이나 그를 막으려는 앞 칸 사람들 모두는 필요에 의해 쓰여지고 미련 없이 퇴장한다.

이 과정에서 평소 SF 영화를 상상한 사람들이라면 생각과는 다른 전개에 실망하기도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열차의 꼬리칸과 앞 칸의 대조가 예고편에서 봤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던 반전에서 벗어나지 않는 열차의 모습에, 보다 짜릿한 반전을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다소 아쉬운 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구조 안에서 인물의 연기력은 더 빛을 발한다. 짧은 등장과 가차 없는 퇴장에도 관객의 뇌리에 깊숙이 그 존재를 박아 넣은 틸다 스윈튼이 대표적이다. 그가 연기한 메이슨 총리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집약해 만든 듯 짧은 장면마다 다양한 색채를 녹여낸다. 남궁민수 역의 송강호 역시 마찬가지. 상황과 장르에 관계없이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화면에 등장하지 않고 있어도 그의 존재와 행동을 궁금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영화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이 전작 ‘괴물’과 ‘마더’에서 구축했던 사회에 대한 질문, 체제에 대한 부정, 그 안에서 모순을 겪는 사람들의 군상을 달리는 열차 안에 녹여낸 작품이다. SF의 짜릿함보다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를 찾는다면 만족할 만한 선택이 될 수 있겠다.

< ⓒ 뉴스쉐어 -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도배방지 이미지

  • '나폴레옹' 언론배급 시사회, 유럽을 호령한 황제의 대서사시
  • 쉐프와 함께하는 영화 속 음식이야기, 부산푸드필름페스타 개최
  • CGV 대학생 무료 영화강좌 ‘시네마클래스’ 3월 개강
  • 영화 <또 하나의 약속> 통 큰 행보
  • 인간 세상에 핀 신의 꽃 무녀 ‘김금화’ 이야기 <만신>
  • ‘Ties That Bind-아시아와 유럽 영화 프로듀서 워크숍’이 2014년 참가자를 모집한다.
  • “할리우드는 공식이 없다!”
  •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메가박스 상영중단, 9일 긴급 기자회견
  • 영화 ‘감기’, 재난 블록버스터 ‘기대만발’
  • 영화 ‘감기’ 김성수 감독, “흥행위한 좋은 결과라 믿어…”
  • 좁은 부스를 꽉 채운 긴장감, 영화 ‘더 테러 라이브’
  • 영화 ‘감기’ 주연배우 장혁·박민하·수애 “가족이 함께 보는거 어때요?”
  • Science Fiction? Social Fiction! 영화 설국열차
  • ‘더 테러 라이브’, ‘설국열차’ 손익분기점에서 이겼다
  • 하정우 ‘더 테러 라이브’, PiFan 폐막작으로 2분 38초만 매진
  • 여름밤의 영화 나들이 ‘인디피크닉 2013’
  • 설경구 "한효주 할리우드 갈만한 액션"
  • 영화 '닥터' 제작보고회 열려
  • [포토] 영화 ‘닥터’, 첫 주연맡은 배소은
  • [포토] 영화 ‘닥터’, 미래의 재목감
  • 이동
    메인사진
    멱살 한번 잡힙시다, ‘임신’ 김하늘, 연우진 VS 장승조 사이 어떤 선택할까? ‘마라맛 전개’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