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쉐어 NewsShare -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정론!

[기자수첩] 해를 품은 달, 그리고 픽션을 품은 팩트

현실과 비현실, 사극 열풍의 비밀은 바로 Faction

임재황 기자 | 기사입력 2012/02/28 [10:55]

[기자수첩] 해를 품은 달, 그리고 픽션을 품은 팩트

현실과 비현실, 사극 열풍의 비밀은 바로 Faction
임재황 기자 | 입력 : 2012/02/28 [10:55]
인류는 고대로부터 자신이 제어하지 못하는 두려운 대상을 신격화했다.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이 제어할 수 없는 천둥과 번개, 폭풍우같은 자연재해들을 두려워했고 그것들을 다스리는 신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리스의 신들은 경외의 대상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멀리 있는 대상도 아니였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는 단순한 신화가 아닌 트로이 전쟁같은 역사적인 사실도 쓰여졌고, 그리스 인들은 본인들의 모습을 신에 투영시켰다. 올림푸스 신전에 앉은 신들은 인간과 동일한 감정을 가지고, 인간처럼 사랑을 하고, 증오를 하며, 때로는 배신도 했다.

그들에게 신은 먼 존재가 아닌 자신의 도플갱어였고, 신화는 두려움을 해소하는 역할을 넘어 자신들의 삶을 투영하는 거울이었다. 신화는 그들에겐 훌륭한 이야기 거리였던 셈이다. 시작은 두려움으로 그들의 신을 만들었을지 몰라도 그 단면에는 그리스인들의 삶과 이상이 담겨 있었다.

사람들은 신에게서만이 아니라 판타지세계나 왕족들의 생활에도 자신을 투영해왔다. 해리포터가 사용하는 마법지팡이로 마법을 부리는 모습을 상상하고, 귀족들의 사치와 사랑을 꿈꾸기도 한다. 인생(Fact)속에 설정(Fiction)이 담긴, 이른바 Faction의 시작은 신조어가 아닌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것이다.

해를 품은 달 - 사극 인기 몰이의 비결은?

'뿌리깊은 나무'의 열풍이 끝나자, 이제는 '해를 품은 달'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23일 시청률이 41.3%라 하니 그 인기를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현실과는 다른 역사적 배경(Fact)에 플롯 설정(Fiction)이 들어간 사극은 갈등요소가 충분한 팩션(Faction)이다. 한 예로, 조선시대 왕이 궁녀와 연애를 하는 것이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 기업 말단 사원과 연애를 하는 것보다 더 깊은 갈등을 유발하면서 더 매력적인 로맨스를 만들어낸다.

궁녀와 왕과의 로맨스도 흥미롭지만, 궁녀보다 더한 액받이 무녀라는 설정은 보는이들을 빨려들어가게 만드는 강렬한 플롯이다. 때론 도가 지나쳐 신데렐라 콤플렉스같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왕과의 순수한 사랑은 모든 여성이 꿈꾼다.

혼령받이로 끌려가는 월(연우)의 모습 속에서 동정과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진실을 알고 오열하는 훤의 모습에서 좌절된 사랑을 투영하기도 하고, 세 남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월(연우)과 자신을 동일시하기도 한다. 같이 울고, 웃고, 절망하고, 환호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은 이미 훤과 월이 되어 있다.

여기에 신분 차이와 조선시대의 풍습 등의 갈등 요소가 더해져 간다면,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보다 몰입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물론 화려한 궁중의상이나 궁궐같은 흔치 않는 소재들 또한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해를 품은 달 - 드라마와 책의 차이는?

소설이 드라마나 영화로 옮겨지면 항상 독특한 차이점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을 바라는 한국인의 정서적인 특성상, '해를 품은 달'의 원작 소설 또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외척 윤대형은 반란을 꾀하다 실패하고, 보경은 자살하며, 월이 중전이 되면서 끝나게 된다.

월이 어릴 때 죽이려 했던 것을 도왔던 민화공주는 유배되어 귀향지로 갔다오지만, 허염과 함께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16화 내용을 보면서, 민화공주의 죄상 또한 드러난다.

드라마와 책의 차이에는 몇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소설 속 훤과 월은 어린 시절 단 한번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드라마 상에서는 아역배우들의 풋풋한 사랑 모습을 통해 '보는 즐거움을 더해 주었지만, 소설에서는 단순히 서찰을 통해 서로를 알아간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소설 속 월은 기억을 잃지 않는다. 드라마속에서는 기억을 잃기 때문에, 좀더 극적이고 애절한 상황 전개가 가능하다. 이런 요소들을 몇 가지 추가함으로 시청자들은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된다.

'해를 품은 달' 드라마 버젼이 여러가지 극적인 요소를 넣어 더욱 긴장감있게 만들었다면, 정은궐의 원작소설은 책을 볼 때 느껴지는 호흡이 색다르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몰랐구나. 달은 세상 모든 것들의 그림자는 남기게 하여도, 스스로의 그림자는 남기지 않는다는 것을'과 같은 간결하지만 깊이 있는 문체는 책만이 가질수 있는 상상의 즐거움을 한껏 더해준다.

해를 품은 달 - 픽션을 품은 팩트

'해를 품은 달'에서는 단순히 왕과 무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만 보여주지는 않는다. 권문 세력과 사림 세력의 대결은 픽션으로 보자면 갈등을 만들어가는 요소지만, 팩트로 본다면 조선시대 왕의 위치가 그리 편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성조대왕이란 픽션은 실제 역사와는 분리되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가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배경들은 실제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훈구파를 견제하기 위해 사림파를 들어 쓰고, 임금이 암행을 통해 진실을 알려 애쓰는 모습에서는 성종의 모습이 비춰지기도 한다.

조선은 초창기 왕의 나라였지만, 후로 갈수록 신하들이 더 많은 힘을 가졌다. 중종 반정 이후, 왕이 된 진성대군은 왕의 권력을 쥐기 힘들었다. 왕비 신씨를 폐위하는 것에 대해 자신은 반대하였지만, 신하들의 벽에 막혀 이름 뿐인 허수아비 왕이 되버렸다. 이후 인조 반정으로 조선은 신하들의 나라가 되어 버린다.

그런 모티브를 따온 것인지는 몰라도, 훤의 권력은 약하다.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게 아닌 보여주는 것을 봐야만했기에 암행을 나가야 하고, 여러 정책들에 사사건건 신하들과 대립을 하게 된다. 외척이 들끓고 정치를 농단하는 신하들에 대한 미움은 중전에게로 전이될 뿐이다.

실제 조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인조의 외척이였던 윤원형과 훤의 외척인 윤대형이 같은 윤씨인게 작가의 의도일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외척에 휘둘린 인조와는 다르게 훤은 백성이 평안한 나라를 위해 외척과 싸우고 있다.

사람들은 이 모습에 열광한다. 백성을 위하는 훤의 모습에서, 현실의 우리를 이끌어줄 지도자를 자신도 모르게 구하고 있을지 모른다.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18대 대통령선거가 이제 10개월도 남지 않았다. 훤의 모습에 열광할것이 아니라, 훤의 모습에서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를 투영시킬 것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 손으로 지도자를 뽑아야 할 과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다.

기자수첩 = 임재황 기자
 
기사제보 - newsshare@newsshare.co.kr
< ⓒ 뉴스쉐어 -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정론.>

11
  • 도배방지 이미지

  • '해를 품은 달' 한가인, "중전마마 납시오~"
  • 해품달 김수현, 명품 오열 연기와 긴머리로 '눈길'
  • '해품달' 결방여부, "다음주까지 어떻게 기다려"
  • 해품달,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다…'민속촌 핵심 내용 유출'
  • ‘해품달’ 정일우, “종묘제례 제주자리와 허연우 원해”…역모 가담하나?
  • ‘해를 품은 달’ 매출 대박! 광고 ‘완판’ 기록
  • ‘해를 품은 달’, 김수현-한가인 애절한키스신 드디어 공개
  • [기자수첩] 해를 품은 달, 그리고 픽션을 품은 팩트
  • 해를품은달 국왕 이훤에게 버럭한 이가 한가인을 웃게 했다?
  • ‘해품달의 히로인’ 한가인, 오열연기로 ‘극찬’
  • ‘해품달’ 한가인 기억 찾은 후 “그 소녀는 다시는 울지 않을 것”이라 말하다!
  • ‘해품달’ 한가인, 대역없이 '피범벅 고문 신' 열연
  • ‘해품달’ 국화차 키스 기대감 만발, 원작에서 어떻길래?
  • 해를 품은 달, 시청률 40%돌파에 꺾을 자는 없나?
  • 이동
    메인사진
    히말라야 전설을 찾아 떠나는 아기 호랑이와 소년의 신비한 모험! 영화 '타이거스 네스트: 호랑이의 보디가드', 5월 16일 개봉 확정 & 메인 포스터 공개!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