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후보의 희망캠프에 방문, 지지의사를 담은 자필편지를 전했다. (사진=원순닷컴)
박원순 서울시장후보의 희망캠프에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10·26 서울보궐시장선거를 이틀 앞두고 후보들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안 원장은 24일 박 후보의 안국동 캠프를 방문, 지지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또한 지지의사를 담은 자필편지를 전달했다.
사실상 박원순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안 원장의 이런 행동이 선거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안 원장은 박 후보에게 “고생이 많다”며 “그런 과정을 통해 서울 시민들이 진정으로 뭘 원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에 박 후보는 “변화를 바라는 염원이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답했다.
안 원장은 “멀리서나마 성원을 하고 있었고 오늘 응원 드리러 왔다”며 “제 나름대로 응원 메시지를 써왔다”면서 미리 준비한 자필편지를 박 후보에게 전했다.
안 원장의 편지에는 ‘앞으로 시장이 되면 상식에 기반하고 시민이 누구나 미래를 꿈꾸면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시정을 펼쳐 줄 것으로 믿는다’는 내용으로 박 후보에 대한 신뢰가 가득했다.
편지를 받은 박 후보는 “야권과 시민사회 분들과 함께 뭔가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반칙과 특권이 아니라 상식과 합리가 지배하는 사회를 함께 만들겠다”고 답했다.
한편, 안 원장과 박 후보 회동에 여당은 들썩 거리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 교수 몇 분이 사회운동도 아닌 특정 정파에 함몰돼 편향된 정치행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이종현 공보특보는 “홀로설 수 없는 박 후보가 끝까지 안 원장에 의지해 선거를 치를 것으로 이미 예상했다”며 “시작부터 끝까지 의존만 하는 후보를 시민들은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10월 24일 안철수 교수 편지 전문
1955년 12월 1일, 목요일이었습니다. 미국 앨라배마 주의 ‘로자 파크스’라는 한 흑인여성이 퇴근길 버스에 올랐습니다. 잠시 후 비좁은 버스에 백인 승객이 오르자 버스 기사는 그녀에게 자리를 양보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그녀는 이를 거부했고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움직임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미국 흑인 인권운동에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흑인에게 법적 참정권이 주어진 것은 1870년이었지만, 흑인이 백인과 함께 버스를 타는 데는 그로부터 85년이 더 필요했고, 그 변화를 이끌어낸 힘은 바로 작은 ‘행동’이었습니다.
후에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게는 여느 날과 똑같은 날이었지만 수많은 대중들의 참여가 그날의 의미를 바꿔놓았다”
‘선거’는 바로 이런 ‘참여’의 상징입니다. 저는 지금 우리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변화의 출발점에 서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시장선거는 부자 대 서민, 노인 대 젊은이, 강남과 강북의 대결이 아니고, 보수 대 진보의 대립은 더더욱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선거만은 이념과 정파의 벽을 넘어 누가 대립이 아닌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누구의 말이 진실한지, 또 누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말하고 있는지”를 묻는 선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55년 전의 흑인여성 ‘로자 파크스’처럼, 우리가 ‘그날의 의미를 바꿔놓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참여야 말로 시민이 주인이 되는 길이며, 원칙이 편법과 특권을 이기는 길이며, 상식이 비상식을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천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고 이른 아침 투표장에 나갈 것입니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해주시기를 간곡하게 청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