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쉐어 NewsShare -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정론!

[르포]‘비’ 소리만 들어도 가슴 철렁… 이들에게 ‘태풍’은 아직 진행 중

태풍 ‘차바’가 휩쓸고 간 태화시장… 수해복구 작업 ‘한창’

조귀숙 기자 | 기사입력 2016/10/07 [15:45]

[르포]‘비’ 소리만 들어도 가슴 철렁… 이들에게 ‘태풍’은 아직 진행 중

태풍 ‘차바’가 휩쓸고 간 태화시장… 수해복구 작업 ‘한창’
조귀숙 기자 | 입력 : 2016/10/07 [15:45]

[뉴스쉐어=조귀숙 기자]태풍 ‘차바’가 태화시장을 덮친 날은 태화 장이 열리는 5일이었다. 음력 9월 9일 제사를 앞둔 대목장이라 다른 장날에 비해 유독 물건들이 많은 날이었다.

 

상인들이 저마다 대목 준비에 한창일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퍼붓기 시작한 비는 순식간에 발이 잠길 정도로 올라 찼다. 급히 셔터 문을 닫았지만 이미 늦었다. 5분여 만에 가게가 모두 잠겼다. 도망치듯 2층으로 피신해 물에 잠긴 가게 밖으로 냉장고가 떠내려가는 모습을 속수무책 지켜봤다.

 

▲ 7일 울산 중구 태화종합시장 골목 안에는 태풍 '차바'의 피해로 못쓰게 된 상인들의 물건이 가득 쌓여있다.     © 조귀숙 기자

 

태풍 ‘차바’가 휩쓸고 지나간 지 이틀째인 7일 울산 중구 태화종합시장. 수마(水魔)가 할퀴고 지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시장 입구에서 내려다보는 시장 골목엔, 가게 안에서 쏟아져 나온 엉망이 된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마치 전쟁터 같은 시장 곳곳에는 젖은 채로 나뒹구는 냉장고며 각종 집기, 가구, 옷가지 등이 잔뜩 이다. 유리창이 깨진 가게도 많았다. 일부 집기류 등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채였다.

 

상가 주민의 생계 수단이었을 과일이며 채소, 각종 식료품 등도 짓이겨진 채 거리의 진흙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태화종합시장 일대는 울산에서 가장 큰 태풍 피해를 입은 곳 중 한 곳이다.

 

수해복구에 참여한 군부대 장병, 경찰·소방 공무원, 일반인 자원봉사자 등 20여개 단체는, 이날 흙탕물로 질척거리는 거리를 다니며 물에 젖은 집기류를 건물 밖으로 꺼내고 못쓰게 된 과일 박스를 자루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게 안에 쌓인 흙더미를 봉사자들이 연신 자루에 담아냈지만 끝이 없다. 엊그제만 해도 손님에게 팔렸을 멸치는 봉사자의 손에 쓰레기 더미로 버려졌다. 바라보는 주인의 한숨에 봉사자들도 착잡한 심경이다.

 

▲ 7일 태풍 '차바'거 휩쓸고 지난간 울산 태화종합시장에 수해복구 봉사를 나온 울산신천지자원봉사단원들이 봉사를 하고 있다.     © 조귀숙 기자

 

과일가게 과일 창고에서 상해버린 과일 박스를 나르는 울산신천지자원봉사단 소속 서재환(28) 청년은 “뉴스에서 보고 말로만 들었을 때는 몰랐는데 실제로 와서 보니 말문이 막힌다”며 “소중한 자산이 버려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가게 주인의 마음을 생각하니 봉사를 하면서도 미안하다. 매일 와서 돕고 싶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울산시청에서 나온 한 30대 여성 봉사자는 “막상 현장에 나와서 상황을 보니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 뉴스로 볼 때보다 상황이 너무 처참하다. 우리의 봉사가 상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소 가게 사장 신해구(67) 씨는 “비가 스타렉스 창문까지 찼다. 집사람과 차단기를 내리고 창문을 넘어 대피했다. 54년 째 울산에 살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못쓰게 된 채소가 차량 두 대에 실려 나갔다”며 “천만 원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봉사자들이 와서 치우는 거라도 도와주니 고맙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고기가 들어있던 냉장고는 형체만 겨우 남은 채 발견되고 실내 냉장창고 기계는 모두 고장 났다. 돈통까지 사라져 버렸다”며 “시장상인들 대부분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데, 재산의 전부를 태풍이  빼앗아 가버렸다. 나라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우린 생계를 이어갈 길이 막막하다. 제발 나라에서 수해복구지역으로 피해보상을 해주길 간절히 바란다”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하소연하는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근방 채소가게 주인아주머니는 “오늘밤에 비가 온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하다. 비라는 말만 들어도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태풍’은 아직 지나가지 않았다.

 

 

  • 도배방지 이미지

이동
메인사진
더보이즈 영훈·현재, 자체 콘텐츠 '우리 데이트했어요' 공개... 대환장 브로맨스 폭발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