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라디오 방송 '이진우 기자의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세계에서 돈 단위가 가장 큰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위안(元, Yuan)을 쓴다. 1위안이 우리나라 환율로 따지면 183원에 해당한다. 일본 100엔이 우리나라 1,466원에 해당하고 유럽에서 사용하는 유로는 1유로가 1,470원이다. 미국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1달러는 1,200원이다. 2008년 아프리카 짐바브웨는 정치, 사회적 불안 속에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려 1,000억으로 겨우 달걀 3개도 살 수 없을 만큼 화폐가치가 떨어진 적이 있다. 천문학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치솟는 화폐 단위를 짐바브웨는 2008년 8월 1일부로 지폐에 영 10개를 지우는 화폐절하(디노미네이션)를 단행했다. 이제 1,000억의 단위를 사용하는 나라는 사라진 셈이다. 1924년 독일은 100조마르크를 발행하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발행화폐의 액면가를 계속 높이다 보니 생긴 일이다. 100조마르크는 우리나라 돈으로 100만원 정도에 해당하니 화폐가치가 얼마나 없었는지를 알 수 있다. 당시 독일은 새로운 단위의 화폐 렌텐마르크를 발행하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해 인플레이션을 진정시켰다. 불과 10여년 전에도 유고슬라비아연방정부가 500억 디나르짜리 지폐를 발행해 유통시킨 적이 있다. 내전으로 인한 경제위기로 고액권을 발행하게 된 것이다. 현재 정상적으로 화폐를 발행, 유통하는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지폐를 발행하는 나라는 터키였다. 1백만 리라가 우리나라 돈으로 약 7천원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터키 역시 100만리라를 1리라로 바꿨다.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30개의 회원국 가운데 미국의 달러화에 대해 네 자리의 환율을 사용하는 곳은 우리나라와 터키뿐이었다. 터키가 화폐 단위를 바꾸면서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네 자리 환율을 사용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됐다. 최근 화폐단위 변경에 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화폐 단위를 바꾸는 데는 2조6천억원이 든다. 굳이 거금을 들여서까지 화폐단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4종류의 지폐를 사용한다. 전체 통화량을 감당하기 위해 지폐를 세거나 관리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뿐만 아니라 화폐단위가 너무 크면 경제수준이 낮은 나라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다. 화폐 단위 변경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물가상승과 새로운 화폐로 바꾸고 적응하는데 경제적, 시간적인 비용이 드는 반면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느낌 때문에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두 주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의 화폐단위의 변화는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경제포커스= 신예랑 기자 기사제보 - newsshare@newsshare.co.kr < ⓒ 뉴스쉐어 -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정론. > 28 <저작권자 ⓒ 뉴스쉐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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