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쉐어=양연주 기자] 울산은 문화 불모지라고들 한다. 대규모 전시는 울산보다는 인접한 부산에서 주로 열린다. 기자도 가끔 큰 전시가 울산에서 열리면 그제야 미술관, 박물관 등을 찾아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고는 했다.
기자가 전시를 관람했던 날도 사실 미술작품을 보기 위해 울산문화예술회관을 찾은 건 아니다. 근처 카페에서 약속이 있던 나는 약속시간 보다 일찍 도착했고, 시간이 남아 ‘혹시 전시하는 게 있나’ 싶어 예술관에 방문했다.
울산문화예술관 정문을 들어서니, 1층 갤러리 쉼터에서는 엄상용 작가의 ‘반려견’이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관 입구에는 전시 내용을 알리는 포스터가 의외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통로를 활용해 만든 갤러리 안에서는 노란빛 조명 아래 다양한 개들의 얼굴이 캔버스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반려견의 깜찍하고 귀여운 모습과는 다른 느낌의 표정이 그림 안에서 녹아났다. 슬픔, 그리움. 기다림, 고독함 등을 담은 반려견의 얼굴은 마치 사람의 표정과 흡사했다.
특히 반려견의 눈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풍부했다. 작가의 세밀한 표현력에 감탄하며 그림 속 반려견의 눈을 한동안 들여다봤다. 그러다 ‘내가 작품을 통해 받은 감정이 작가가 의도한 것일까’ 궁금해졌다.
작품 설명은 한쪽 벽면에 적혀 있었는데, ‘개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해주지만 도리어 개는 주인을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져 외로움이 커진다’고 기록돼 있었다. 반려견들의 표정에서 느낀 오묘한 감정이 설명되는 글이었다.
‘반려견’이란 주제로 개들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한 엄상용 작가의 개인전은 10월 30일까지 열린다. 통로를 활용해 만든 작은 전시관이라 그냥 지나쳐가기 쉽지만, 잠시만 멈춰서 유심히 들여다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을 만나게 된다. 특히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면 한 번쯤 관람하며 깊이 생각해볼 만한 전시다.
우연한 첫 만남에서 인상적인 작품을 만난 기자는 자연스럽게 전시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4전시관에서는 2018 한마음 미술대전에 입상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서양화, 한국화, 조각, 한문서예, 한글서예, 문인화, 사진 등이 입선 작품부터 대상작품까지 전시돼 있었다. 울산에서 열리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전시다.
1전시관에는 한글 서예가 전시돼 있었다. 한문 못지 않은 한글 필체의 다양함을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 됐다. 특히 선비나 사대부들이 서예, 인물화, 묵죽화 등 주제에 구애 받지 않고 그렸던 문인화는 서예와 그림의 조화에서 단연 돋보였다.
전시관 한쪽에 전시된 입상작품은 울산의 다양한 문화를 담고 있었다. 내가 알던 울산, 내가 알던 풍경과는 또 다른 울산이 사진 속에서 펼쳐졌다.
언제 시간이 갔는지 모르게 약속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와, 서둘러 나오느라 전시를 다 보지 못한 아쉬움으로 전시도록을 가지고 나왔다. 이후 도록을 보고서야 기자가 울산문화예술회관을 찾은 날이 ‘2018 한마음 미술대전’ 전시 마지막 날이었음을 알았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지 않았다면 이런 전시가 열렸는지도 모른 채 막을 내렸을 터였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살펴보면, 크든 작든 전시회는 항시 있다. 울산을 진짜 문화 불모지로 만드는 요소는 어쩌면 ‘여기는 볼 게 없다’고 여기는 고정관념이 아닐까.
지금도 울산문화예술회관은 ‘제10회 아시아 환경미술제’ 등 다양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점심시간, 혹은 조금 여유로운 토요일 등을 활용해 한두 시간만 짬을 내서 주변 예술관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생각지 못했던 문화적 풍족함을 누리게 될 수도 있다. <저작권자 ⓒ 뉴스쉐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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